2008년 12월 19일 금요일

'축의금 만 삼천 원'

서울 쌍문동 '풀무야학'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작가 이철환의 '축의금 만 삼천 원'이란 글입니다. 사랑이 식어가고 돈이 제일인 지금의 우리들에게 친구의 우정이 어떤 것인지 진정한 축의금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인 듯 하여 올려봅니다.( 천길성)


 

'축의금 만 삼천 원'


 



 

약 10여 년 전 자신의 결혼식에


 

절친한 친구가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데


 



 

아기를 등에 업은 친구의 아내가 대신 참석하여


 

눈물을 글썽이면서


 

축의금 만 삼천 원과 편지1통을 건네주었다.


 



 

친구가 보낸 편지에는


 

'친구야! 나대신 아내가 간다.


 

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


 

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.


 



 

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


 

리어카 사과장사가


 

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.


 



 

사과를 팔지 않으면


 

아기가 오늘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.


 



 

어제는 아침부터 밤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.


 

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


 

만 삼천 원이다.


 



 

하지만 슬프지 않다.


 

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


 

이 글을 쓰고 있지만


 

마음만은 너무 기쁘다.


 



 

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


 

돈 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


 

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.


 



 

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를 들려 보낸다.


 

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


 

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


 

신혼여행가서 먹어라.


 



 

친구여~ 이 좋은날 너와 함께


 

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 해다오. -해남에서 친구가


 



 

*


 

*


 

*


 

나는 겸연쩍게 웃으며


 

사과 하나를 꺼냈다.


 



 

씻지도 않은 사과를


 

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.


 



 

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. . . .


 

다 떨어진 신발을 신은


 

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.


 



 

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


 

친구가 가슴 아파 할까봐


 

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.


 



 

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


 

나오는 울음이었다.


 



 

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


 

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.


 

어깨를 출렁이며 울어 버렸다.


 

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. . .

 

사색의 향기 홈에서 펌한 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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